대학생 쩡딱구리
[러시아 소설] 추운 가을 Холодная осень 본문
2020년의 마지막 날, 가을도 아닌 춥디 추운 겨울에 정말 오랜만에 티스토리에 이 글을 올리게 되었다. 읽은 책이니만큼 남겨두면 좋을 것 같아서! 특히 이 작품은 내가 러시아문학텍스트 분석 수업 기말고사 대체로 낸 번역 작품이라 기록을 하지 않으면 후회가 될 것 같았다. 이반 부닌은 러시아에서 유명한 작가인데 사실 나는 이 작품을 접하면서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러시아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라고 한다. 오늘은 그 부닌의 단편소설인 추운 가을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1. 책 제목의 의미: 추운 가을
이 얼마나 추운 가을이란 말인가!
추운 가을은 '나'와 '나'의 약혼자가 함께할 때의 시간적 배경이자 작중에서 다루어지는 시의 주제이기도 하다. 시의 내용은 이렇다. 내가 번역한 것이라 내용은 매끄럽지 않겠지만 이런 내용이다.
얼마나 추운 가을이란 말인가!
숄과 외투를 입으려무나
보아라 어두운 색의 소나무들 사이를
마치 화재가 일어난 것처럼
추운 가을이라는 배경이 서정적이기도 하고 두 사람의 슬픈 운명을 잘 드러내주는 시간적 배경이라 생각한다.
2. 주요 등장인물
- 나(Я): 작품의 주인공이자 서술자. 명망 있는 집안의 딸로 사랑하는 약혼자와 결혼할 운명이었으나 전쟁으로 약혼자를 떠나보내고 부모님을 잃고 집안은 몰락하는 아픔을 겪는다. 집안이 몰락한 이후 생계를 위해 장사를 하기도 하고 군인을 만나 터키로 피난을 갔고 니스에 정착한 이후 사랑하는 약혼자를 회상하며 그의 죽음을 극복해낸다.
- 그(Он): '나'의 약혼자. '나'와는 친한 친구이자 진정으로 사랑하는 연인. 전쟁에서 자신이 죽을 것을 생각해 '나'에게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말하고 전쟁에 참전했고, 전사한다.
- '나'의 부모님: '나'의 부모님. '나'의 약혼자가 전쟁에 참전하는 것을 슬퍼하지만 그의 행복을 진정으로 빌어준다. 이후 '나'의 회상에 따르면 둘 다 사망했다.
- 퇴역 군인/남편(Оставник/муж): 집안이 몰락한 후 '나'가 아르바트와 시장 구석에서 소매 장사를 하면서 만난 군인. '나'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4월에 예카테리노다르로 함께 떠난다. 이후 터키로 떠나는 여정을 함께했지만 도중 티푸스로 목숨을 잃는다.
그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나'를 제외한 인물들의 비중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
3. 아주 간단한 줄거리
원어 소설을 요약한 내용이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한 줄거리입니다.
이야기의 시작: 추운 가을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살해당한 1914년 추운 가을이다. 아버지의 명명일인 성 베드로제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그'는 '나'의 약혼자로 공포되는데 그가 '나'의 집에 온 것은 전선으로 떠나기 전 친밀하게 지내온 우리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와 '나'는 바깥을 걸으며 서로를 향한 사랑을 확인하고 '그'는 나에게 자신이 전쟁에서 죽어도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다 오라고 말하고 '나'는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이윽고 다음 날 아침, 그는 우리 가족의 배웅과 축복을 받으며 전장으로 떠나고 참전한 한 달 후 갈리치아에서 목숨을 잃는다.
30년 후
그로부터 18년이 지났을 때 '나'의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30년이 지났을 때 나는 모스크바에서 사람들의 조롱과 야유를 받으며 장사를 한다. 아르바트와 시장 구석에서 장사를 하며 '나'는 성격이 좋은 중년의 퇴역 군인을 만났고 그와 빨리 결혼을 한다. 이후 '나'와 남편은 4월에 예카테리노다르로 떠났다. 17살쯤 된 소년인 그의 조카 역시 볼셰비키 당원이 없던 그곳으로 함께 떠났다.
도나 강과 쿠반 강에서 2년 이상을 머무른 후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터키로 출항했지만 남편이 티푸스로 목숨을 잃는다. '나'에게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인 남편의 조카 역시 아내와 함께 크림으로 떠났고, '나'는 그들의 어린 아이와 함께 콘스탄티노플에 살게 된다. 잡일을 하며 자신과 아이의 생계를 유지하지만 아이는 완전히 성숙해져 더 이상 '나'와 함께하지 않는 냉정한 여성이 되어 파리에 정착해 초콜릿 가게에서 일한다. 이후 프랑스 니스에 정착한 '나'는 진정으로 사랑했던 약혼자의 말을 회상하며 자신이 그의 죽음을 버틸 수 없을 것이라 함부로 말했던 것을 후회하고 그와 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 말하며 약혼자의 죽음을 극복해낸다.
4. 감상평
서정적인 표현이 많이 나오는 작품이라 번역을 하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쉽게 읽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목 위의 안나>나 <역참지기>처럼 완전히 내 취향인 작품도 사실은 아니었다. (내가 로맨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가보다.) 하지만 꽤 읽어볼 만한 작품인데 우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울었지만 이후 그의 죽음을 극복해 내는 '나'의 정신적인 성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사라예보 사건을 비롯한 제1차 세계 대전의 이야기가 나타나 있어 이런 역사적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번역하며 읽기는 꽤 난이도가 있었지만 작품의 내용 자체는 '나'의 성장과 감정선을 따라가니만큼 어렵지 않아 번역이 된다면 술술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5. 더보기
원어 소설을 번역한 내용이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표현이 많은 작품이니만큼 내가 번역하면서 인상깊게 읽은 표현을 써보았다.
30년 동안 많은,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았는데, 그 시간은 신기하고 이해할 수 없으면서 규명하기 어려운
그들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는 지혜와 이른바 심장의 모든 기억을 곰곰이 상기하면서
그들을 주의깊게 기억하는 긴 시간이었다.
''내가 죽는다면 그곳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게.
너는 잘 지내다가 이 세상에서 기뻐하고 그리고 나중에 나에게 와.''
나는 잘 살아갔고, 기뻐했으며, 이제 곧 그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언제인가 경솔하게 내가 견뎌낼 수 없을 것이라 말한 그의 죽음을 견뎌냈다.
그러나 그 이후로 내가 견뎌낸 모든 것을 기억하면서 나는 항상 내 자신에게 묻는다.
'응, 그런데 아무튼 내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났지?'
그러고는 나 자신에게 대답한다.
'오직 그 추운 가을 바람. 정말 그 한 때란 말인가? 아무튼 그래.
그리고 그게 내 인생에 있어 모든 것이야. 나머지는 필요 없는 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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