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쩡딱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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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소설] 역참지기 Станционный смотритель

쩡딱구리 2020. 10. 11. 22:52

1954년 역참지기 표지

 '러시아의 대문호가 누구냐?'는 질문이 있다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인물로 푸시킨(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이 있을 것이다. 오늘 문학텍스트수업 예습 차 읽은 <역참지기(Станционный смотритель)>는 푸시킨의 유명한 단편집인

<벨킨 이야기(Повести покойного Ивана Петровича Белкина)> 중 한 단편소설이다.

1. 책 제목의 의미: 역참지기

러시아 역참의 모습

역참과 역참지기

 우리나라에 역참이 있었다. 역참이란 고대에서 전근대까지 있었던 동아시아에 있었던 시설로, 나라에 필요한 문서, 물자를 운송하는 기점, 그리고 관리들에게 말을 빌려주는 시설을 말한다. 물론, 작품의 배경은 동아시아의 나라가 아니라 러시아이지만, 러시아에도 이와 같은 시설이 있었다. 러시아의 역참과 역참지기는 어땠는지 소설 맨 앞 부분을 보자.

역참지기는 누구인가? 고난을 겪는 14등급의 사람이다. 그의 임무는 무엇인가? 중노동이다. 비와 추위, 얼어붙는 날씨와 질척한 땅에서 그는 안뜰을 뛰어가 말을 꺼내야 하며 여행자들의 불평과 비난을 끝까지 들어주어야 한다. 나쁜 길 또는 나쁜 날씨, 완고한 마부 또는 완고한 말들 모두 역참지기의 책임이며 잘못이다. 누가 역참지기들을 저주하지 않으며 누가 그들과 옥신각신 말다툼을 하지 않겠는가?

 내가 텍스트를 번역한 것이라 매끄럽진 않겠지만 짧은 문장들로도 역참지기가 하는 일과 고생을 알 수 있다. 역참지기가 14등급의 사람이란 것은 표트르 1세가 만든 관리의 위계표를 따른다. 위계표에 따르면 가장 낮은 등급이 14등급인데, 역참지기가 바로 그 14등급의 관리 중 하나이다.

 

주인공: 역참지기 삼손

 소설 <역참지기>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이다. '나(벨킨)'가 등장하지만, 나는 사건을 이끌어가기보다는 '나'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서술하는 관찰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역참지기인 삼손 브이린(Самсон Вырин)이다. 작품의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삼손이고 '나'는 그런 삼손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하는 인물인 것이다. 역참지기가 주인공인 소설답게, 작품의 중요한 배경으로 역참이 계속 등장한다.

 

2. 주요 등장인물

  • 나(Я): 작품의 관찰자. 러시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역참지기들과 안면이 있다. 길에서 폭우를 맞게 되어 비를 피하고자 역참에 들렀다. 역참지기 삼손의 딸 두냐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작별하고 4년 뒤 다시 그 역참에 들른다.
  • 역참지기 / 삼손 브이린(Станционный смотритель / Самсон Вырин): 작품의 주인공이자 노인 역참지기이다. 딸 두냐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 활기차고 밝은 성격이었으나 어떤 사건을 겪은 뒤 심신이 망가진다. 4년 후에 '나'를 만나 딸 두냐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 두냐 / 아브도띠야 삼소노브나(Дуня / Авдотья Самсоновна): 역참지기 삼손의 딸,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다. 밝고 명랑한 성격으로 아름다운 미모의 소유자. 삼손에게 모든 것이었으나 3년 뒤, 민스키와의 결혼으로 집을 떠난다. 
  • 경기병 / 민스키(Гусар / Минский): 부유한 경기병. 말을 갈아타 즉시 떠나려 역참에 들렀으나 말이 없어 머무르게 된다. 역참에 있던 동안 건강이 악화되어 이틀간 병원에 입원하는데, 퇴원 후 마차를 안나를 데리고 떠난다.

이 외에도 마부들, 민스키의 하인들, 민스키와 두냐 사이 아이들, 역참이 사라진 자리에 세워진 새 집의 주인, 주인의 아들 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3. 아주 간단한 줄거리

원어 소설을 요약한 내용이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한 줄거리입니다.

1816년 5월에 대한 '나'의 회상

 러시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역마지기들을 본 '나'는 그중 특별했던 역마지기 삼손에 대해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1816년 5월, '나'는 길에서 예상치 못하게 폭우를 맞게 되어 역참에 가 차 한 잔을 요구한다. 이때 차를 대접하는 역마지기의 딸 두냐의 아름다움에 놀란다. 말이 준비되었고 '나'는 역참에 더 있고 싶었지만 역마지기와 두냐와 작별한다.

 

그로부터 4년 후, 무슨 일이 있었나

  4년이 지나 '나'는 사정 상 역참이 있던 길로 다시 가게 되었고, 두냐를 생각하면서 역참으로 향한다. 4년 전에 비해 심하게 늙어버린 역참지기를 본 '나'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두냐의 소식도 물어보지만 놀랍게도 역참지기는 쾌활하던 예전 모습과 달리 무뚝뚝한 태도로 일관했다. '나'는 역참지기와 이야기를 하고자 술을 마시게 되었고, 노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참에 들르는 모든 사람들이 두냐의 아름다움과 순수하고 명랑한 성격을 찬양했다. 귀족 나으리들은 심지어 이미 식사를 한 것처럼 보이는데도 두냐를 보러 역참에 들렀다. 딸 사랑이 지극했던 아버지 역참지기는 그것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문제는 3년 전 겨울날 저녁이었다. 마차에서 내린 경기병 민스키가 즉시 말을 요구한 것이었다. 하지만 말을 바로 구할 수 없는 상황임을 알리자 장교는 불같이 화를 낼 뻔했는데 두냐의 다정한 대응으로 장교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말을 구했음을 알리러 역참지기가 역참으로 돌아갔을 때 장교는 몸이 좋지 않았고 상태가 갈수록 심해져 병원에 가게 된다. 장교는 이틀 간 입원을 하게 되고 두냐가 그를 간호한다. 이틀이 지나 민스키가 퇴원을 하게 되고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 두냐를 데려다 주러 마차에 태우지만 두냐는 교회에 없었다. 민스키가 두냐를 데려간 것이었다.

 

 마부의 말에 의해 이를 알게 된 역마지기 삼손은 병원의 서류를 보고 그들이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갔음을 알게 되었다. 여행 서류를 통해 민스키의 집 주소를 알게 된 역마지기는이른 아침 민스키의 집에 가  딸인 두냐를 망치지 말아달라며, 딸을 돌려달라 애원하지만 민스키는 두냐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왜 네게 그녀가 필요한지 물으며 돈을 쥐여주고는 돌려보낸다. 이틀 후 삼손은 다시 민스키의 집에 도착하지만,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길을 헤매다가 우연히 민스키가 마차에서 내려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본 역참지기는 집을 따라가 두냐에게 줄 편지가 있다고 말한다. 거실로 향하는 두냐를 보고 삼손은 놀라는데 두냐가 아주 아름다운 고급 옷을 입고 있었으며, 민스키가 앉아 있던 안락의자의 팔걸이에 앉아 남편의 머리카락으로 장난을 치는,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아버지를 본 두냐는 놀라 정신을 잃고 남편 민스키는 욕을 하며 벌떡 일어나 삼손을 문 밖으로 내쫓았다.

 

 이를 회상하는 삼손은 남자가 두냐를 첩으로 삼거나 두냐를 데려가 갖고 놀다 버릴 것이었으나 그게 아니었다고. 세상에는 별 일이 다 일어난다고 씁쓸해한다. 그러고는 두냐가 어쩔 수 없이 죄를 지어 자신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기까지 한다. 역참지기는 눈물을 흘리고, '나'는 그의 고통을 잊을 수 없었으며 가난했을 때의 두냐에 대해 생각한다. 

 

1년 후, 다시 찾아간 역참

 그로부터 1년 후 '나'는 상황 상 변두리 지역으로 가게 되어 역참을 들르기로 한다. 그러나 그 자리에 역참은 없었으며, 맥주 양조자의 아내가 사는 작은 집이 있었을 뿐이었다. 전 역참지기에 대한 '나'의 질문에 새 주인은 삼손이 1년 전 술병으로 죽었다고 대답해주었고 '나'의 부탁에 주인의 아들이 삼손의 묘지에 같이 가주었다. 소년은 삼손이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주는 등 그들을 자주 보살펴주었으며, 여름에 역마지기의 무덤에 지주의 부인이 방문했다고 이야기한다.

 

 호기심에 '나'는 부인에 대해 묻고, 주인의 아들은 큰 마차에서 세 아이, 유모, 강아지와 함께 내린 아주 아름다운 부인이었으며, 역마지기가 죽었다고 이야기했을 때 부인이 울었다고 말해준다. 무덤에 혼자 간 부인은 어머니의 묘 옆에 있는

아버지의 묘에 오랜 시간 머물렀으며, 신부님과 대화를 나눈 뒤 소년에게 5코페이카 은화를 주었다고 알려준다.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역참에 다시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소년에게 5코페이카 은화를 주는 것으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4. 감상평

 푸시킨의 작품을 원어로 읽어보는 것은 처음인데, 어둡고 씁쓸한 부분도 많았지만 처음 역참지기의 일을 설명하는 부분처럼 짧은 문장 속 해학이 묻어나왔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생각할 것이 꽤 많은 소설이었는데, 삼손이 딸을 걱정하고 사랑했지만 딸이 차라리 죄를 짓길 바랐다며, 그만큼 자신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던 부분에서는 삼손이 딸 두냐를 좁은 역참 안에 가둬두었던 건가 생각이 들었다. 삼손은 두냐가 버려질 것이라 타락할 것이다 생각이 많았지만 두냐는 버려지지도 않았고 타락하지도 않았다. 딸에 대한 과한 걱정으로 딸인 두냐를 묶어 둔 어찌보면 이해는 가지만 조금 비뚤어진 부정이 있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삼손이 두려워한 것은 '두냐가 자신을 떠나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두냐가 자신의 소식을 전하기라도 했으면 삼손이 고통을 잊으려 술병에 걸려 죽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남편인 민스키가 그걸 허락했을 지 의문이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두냐가 아버지를 만나러 간 씁쓸한 상황이었다. 전반적으로 문체는 해학적이지만 그 안의 내용이 어두운 소설이었던 것 같다.

 

 문학적으로도 상당히 신기한 작품이었는데 보통 남녀가 사랑의 도피를 하거나 떠나면 삼손의 상상처럼 여자가 비통하게 버려지는 경우도 많은데(체호프의 <갈매기> 속 니나처럼) 두냐와 민스키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해 두냐가 훌륭한 귀부인이 되었을 뿐더러, 딸 사랑이 가득한 아버지 삼손은 실제로는 딸을 가둬놓은 초라한 아버지였을 뿐이었다. 내용상 혁신적인, 독특한 부분이 많았다! 액자식 구성, 1인칭 관찰자 시점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들이었던 것 같다. 문장이 짧고 생각할 만한 내용도 많지만 재미있는 부분들도 꽤 많아 읽어보기에 좋은 작품일 것 같다! 러시아 문학을 접해보고 싶다면 벨킨 이야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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